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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26 나는 언제 한량이 될 수 있을까? (1)

나는 언제 한량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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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 여간 폭폭한게 아니다.


십수년을 돌았으니, 이제 쳇바퀴에서 튕겨져 나올 때도 됐건만, 생활의 관성이 잡아당기는 인력이 여간 강하지 않다. 버려야 새로운 길도 보일텐데....버림의 미학이 쉬 마음 깊이 들어차지 않는다.

자연의 섭리에서 삼라만상을 깨친 도통한 분들의 경지까지는 오르지 않더라도, 무엇이 참된 삶이고, 무엇이 표피적 인생인지 정도는 구별할 줄 알겠건만, 이 얄궂은 일상의 굴레로부터 탈피하기가 도통 쉽지않다.


그런면에서 몇몇 한량들의 인생은 존경의 대상이다.

주변적 일상에 매달리기 보다는, 온갖 문화적, 지적 욕구들을 찾아 오롯한 자기만의 세상을 엮어가는 21세기판 딜레탕트들이다.

세상이 재단해놓은 가치관에 연연하지 않고, 초라한 일상에 만족하면서 그 내면의 휘황찬란한 문화의 세계를 탐닉하는 진정한 한량들이 있다. 

글쟁이 유성용, 강제윤, 노동효, 시골목사 임의진, 가수 김두수, 박강수 같은 이들은 자기만의 세상을 넘어 많은 이들과 글이나, 사진, 음악으로 교류하며 호의로운 인생의 참맛을 즐기는 축이다. 그들 뿐 아니라 내 주변에는 나같은 얼치기들은 감히 범접하기조차 힘든 재야의 대가들이 여럿 된다.

현대판 한량들에겐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시청각적으로 매우 예민하여 아름다운 소리나 영상을 그냥 사소로이 지나치지를 못한다. 문학적 서정을 즐기고, 음악에 빠져 살며, 답답한 도시를 떠나 드넓은 세상을 찾아나선다. 길을 나서도 티벳, 네팔, 인도 등 오지들만 고집한다. 이런 그들에게 DSLR, MP3 플레이어, 노트북 등 첨단 디지털 기기들은 필수 지참물이다. 


음악, 문학, 영화나 그림, 사진 등 시청각적인 영역은 물론이거니와, 와인이나 다도(차)가 주는 미각적인 탐닉에도 관심이 많다. 한마디로 '세상은 넓고 놀 것은 무한정 많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다. 무모한 경쟁을 천시하고, 느림의 미학을 숭배하는 생활의 아나키스트들이다.


마음은 늘 그들을 따르지만, 현실은 이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막아선다.


법정스님은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라 했다.

내려놓음은 일의 결과나 세상에서의 성공과 실패를 뛰어넘어 자신의 순수 존재에 이르는 내면의 연금술이라고 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의 본질인 놀이를 회복하는 것, 심각함과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천진과 순수로 돌아가 존재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라 했다.


나는 언제 이 무겁디 무거운 일상을 내려놓고, 비움이 가져다주는 충만의 세계에 합류할 수 있을까.

여전히 나는 한량을 꿈꾸는 몽상가일 뿐.

울타리 바깥을 두려워하는 겁쟁이일 뿐이니 말이다.


                                        2008. 12. 26., Posted by Sweetpee














  
Trackback 0 And Comment 1
  1. 낭만시인 2009.01.02 10:28 address edit & del reply

    간만의 업데이트십니다.
    마음껏 한량이 되지 못하는 겁쟁이 생활인들의 고뇌도, 사람사는 아름다움 중 하나라고 위로해 볼랍니다. 한량 될 용기도 없다는 질책까지 더해지면 제 인생 뭐 남는게 없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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