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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23 Pseudo-Extravert로 살아가기 (2)

Pseudo-Extravert로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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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심리학자가 아니다.
대학때 심리학을 전공한 적도 없고, 하물며 심리학과 관련된 수업도 한 번 들어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인간심리에 대해 생각하거나, 말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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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가까운 후배녀석 하나가 회사생활을 접고, 유학을 떠났다.

이유인즉, 자신은 내향적인 편이어서 조직생활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다.
만학으로 입사가 늦은데다, 신입사원으로 생활하면서 적극적이고, 사교적인 모습들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 친구 성격상 그런 일들이 쉽지않은 듯 했다.

스스로 자기혐오감마저 드는 것을 보고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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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난 '성격이 좋다, 나쁘다'라는 말이 옳은 표현인지 강한 의문을 갖는다. 대체로 '성격이 좋다'라 함은 '유머가 넘치고 잘 웃는다, 다른사람을 잘 이해해준다, 내숭이 없다, 화통하다' 등등의 외향적인 성향의 사람들에게 잘 쓰게된다.

어쩌면 이런 오용된 말이 사회를 비뚜름하게 만들수 있다.
다시말해 쓰면 안되는 표현이다.

성격은 '좋다, 나쁘다'라는 이분법적 잣대로 구분지을 성질의 것이 아니다.
성격은 내향적이거나, 외향적인 것으로 나누어질 뿐, 그것을 사회통념상 옳고 그름의 가치관적 판단기준으로 볼 수는 없다. 잘못된 민간어원(Etymology)이다.
당연히 이는 '성품(또는 품성)이 좋다, 나쁘다'라고 말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말꼬리를 잡겠다는 뜻은 아니고, 왜 이렇게 표현이 변질됐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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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내향적인 사람보다는 외향적인 사람이 조직의 습성에 잘 어울린다.

이왕이면 목소리도 크고, 호방하며, 왠지 진취적으로 보이거나, 쉽게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 조직에서의 생활이 수월할 것이다.
 
목소리가 크면 자신감이 넘쳐보인다. 게다가 사교적이기까지 하다면 누구나 쉽게 마음의 문을 열게된다. 모든 조직원들이 이런 성격의 사람들이라면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그러나, 백조가 모두 흰색이 아니듯, 사회는 외향적인 사람들과 내향적인 사람들이 섞여서 살아가는 공동체다. 들은 바로는 조직문화나 지역, 연령별로 차이는 조금씩 있지만 대개 반반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성격이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를 다짜고짜 물어보면 70%이상의 사람들은 자신이 외향적이라고 말한다. 외향적인 성격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조직의 습성상 인간은 외향적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런 강박관념은 아주 어릴때부터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절대적 가치로 몸에 지니게 된다.
부모들은 방학이 되면 '숫기없음'이라는 악성종양을 치료하기 위해 아이들을 웅변학원이나, 극기훈련, 병영체험학습에 보낸다. 청소년기때는 소위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또래서클안에 들어가려고 애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노력들이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처럼 보인다.
부모님, 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어른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외향적인 성격으로 살아가도록 아이들을 몰아간다. 이런 강요된 교육, 가정환경 속에서 많은 내향적 성격의 아이들이 심리적인 상처를 받게되고 사회나 대중(Majority)에 대한 적개심을 키우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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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회라는 메이저리그로 나오게되면 '성격의 강요'는 더욱 극심해진다.

고집스레 내향적인 성격을 고집하던 사람도 '조직적인 인간형'으로의 개체변이에 들게 된다.

어떤 말이라도 해야하는 회의문화, 튀어야 대접받는 회식문화, 폭넓고 두루 원만한 대인관계 문화에 철저히 길들여진다. 그래서 많은 내향적인 성격의 사람들도 회사생활 몇 년이면 대개 조직문화에 잘 적응하는 훈련된 조랑말로 형질변이를 일으킨다.

그러나, 이들은 가짜(Pseudo)다.
외향적으로 탈피를 시도하거나, 노력하는 내향적인 성격의 사람들이다.

성품과 달리, 성격은 타고나는 경우가 매우 많으며,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확고하게 굳어진다. 성인이 된 후, 특히 조직생활을 하면서는 웬만해서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노력에 의해 달라진 것처럼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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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가짜 외향적 인간형(Pseudo-extravert)'이 되기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을 해야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애써 친절하게 대해야하며, 조직내 폭넓은 인간관계를 만들 방법을 모색한다. 회식자리에서 부를 노래를 외우고, 술을 잘 마시는 훈련을 하기도 한다. 몸에 안좋은 것을 알면서 담배를 끊지못하고, 당구나 포커, 골프 등의 잡기는 필수적으로 배워야한다.

피곤한 인생이다.
스스로의 자아는 잃어버리고, 어느덧 남의 탈을 쓴 가짜 자아로 살아간다.
물론 내 것이 아니기에 불편하고, 때로는 인내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조직이 요구하고, 그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의 자아를 버리고, 타인의 자아를 덮어써야 한다.

나이가 들고 조직의 윗쪽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런 부담감은 더욱 커지고, 본래의 자아는 더욱 쓸쓸해진다. 결국 조직의 책임적인 역할을 맡고있는 사람들은 외향적인 리더상에 대한 일종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기 쉽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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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생적으로 내향적이다.
어릴 때부터 그다지 말이 없었다. 장난감 하나 손에 쥐고 있으면 하루종일 꼼짝않고 잘 놀았다.

요즘도 가끔씩 사람들과 어울릴 때보다 혼자 있을때 편안함을 느낀다.
특히, 심야나 새벽에 혼자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뭔가 골똘이 생각에 잠겨있다보면 혼자만의 시간에 대한 편안함을 만끽한다. 그래서 늦잠자기 좋은 주말에도 새벽같이 일어나 '혼자 깨어있음'의 자유를 누리곤 한다. 새벽공기의 고요함은 더없이 자유롭고, 신선하다.

하지만 조직생활은 나홀로 방종의 시간을 즐기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끊임없는 회의와 논쟁, 협상의 연속에 이어, 저녁에는 대수롭지 않은 모임에도 나가야 하고, 내키지않는 회식자리에서도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보존하고 있어야 한다.
주말에는 결혼식이나, 돐잔치에 얼굴을 비추고, 가족모임 행사에 분주히 오가야 한다.

조직생화를 하면 할수록, 나의 역량보다는 처세가 중요하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원하던, 원하지않던 여러가지 가면을 번갈아가며 쓰고 가짜 인생도 살아가게 된다.
한심한 모습이다.

맨얼굴로 스스로를 바라보며 살아갈 날을 고대한다.
언젠가(그리 멀지않은 어느날엔) 잘 어울리지 않는 가면을 벗고, 나의 얼굴로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있으리라.

......기원하며......


'Please let me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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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6. 27, Posted by Sweetpee, Photos from flikr.com)



Trackback 0 And Comment 2
  1. 낭만시인 2007.08.13 18:12 address edit & del reply

    저 혼자의 고민인 줄 알았는데 '맨 얼굴의 부적절함'을 고민하시는 분이 여기 또 계시군요.

    공허한 잡담과 웃음으로 점철된 회식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원치 않는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 못한 자신에 대한 원망과 그런 공허함을 조장하는 인간들(또는 인간들이 모여 있는 세상)에 대한 미움으로 눈물이 핑 돈 적도 있죠.

    과연 뭐가 맞냐 하는 질문은 이 명제에서도 피할 수가 없네요.

  2. belazy 2007.08.29 01:26 address edit & del reply

    그러면서도 제대로 해 내는 우리는 또 무엇인지?
    회사 생활 하면서 공허하고 쓸쓸한 부분을 제대로 짚어 주셨네요.
    사교의 절차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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