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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09 재가 되었네 (1)

재가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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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 되었네  나뭇잎

재가 되었네 옛 추억

재가 되었네  그 여자

재가 되었네  내 사랑

재가 되었네  붉은 입술

재가 되었네  검은 꽃

재가 되었네  이발소도

재가 되었네


독특한 가사의 노래다.
곡은 포크가수 손병휘가 지었고, 맑은 목소리 박강수가 불렀다.


가사내용이 웬지 그로테스크하다.
큰 화마로 온마을이 잿더미가 되거나, 화산이 터지고 난 후, 하늘 가득 재가 흩뿌리는 장면이 연상된다. 가사 내용에 반해 박강수의 목소리는 맑고 티가 없다. 그런 부조화가 더 기분 나쁘다. 가사를 따라 반복하는 리듬은 웬지 중독성을 느끼게 한다.



'보길도 시인' 강제윤에게 이 시의 배경을 물었다.

'재가 되었네'는 시인이 고향 보길도에서의 오랜 생활을 정리하고, 섬을 떠나 여행자로의 삶을 출발하려던 시점에 쓴 시다. 

시인이 운영하던 찻집 '동천다려'(지금은 수도원이 됐다)의 구들방 아궁이앞에 주저앉아 홀로 불을 지필 때, 붉은 기운을 잃고 푸석푸석 재가 되는 장작들을 바라보며 지었으리라.

그가 사랑했던 보길도의 자연과, 사람들, 붉은 동백꽃, 그리고 마을들을 떠나며 이제 흑백사진처럼 흐릿한 추억들을 '재가 되었다'고 읊조렸던 듯 싶다.























시인에게 이별은 결국 한줌 재처럼, 돌아올 수 없는 과거와, 전생이다.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와 같지 않다. 내일의 나 또한 오늘의 나와는 다를 것이다.
 어느 한순간
도 같은 나는 없다. 그러므로 어제의 나는 오늘 나의 전생이다.
 내일의 나는 오늘 나의 후생이다."



지금쯤 시인은 재가되어 흩뿌려진 전생을 떠나, 현생과 후생이 기다리는 어느 작은 외딴섬을 떠돌고 있으리라.


(사진은 작가 노동효씨의 블로그에서, 음악은 강제윤시인이 동천다려와 동천다려 사람들을 위해 드린 헌정앨범 '섬 - 시인의 노래, 2005'에서 빌렸습니다.)

 
2008, 12, 31., Posted by Sweetp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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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19 12:14 address edit & del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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