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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28 나렌드라 자다브의 '신도버린 사람들(Untouchables)' (2)

나렌드라 자다브의 '신도버린 사람들(Untouchab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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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중국이나, 인도 등 3세계 작가들의 작품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경제적으로 급부상하는 국가들이 경제 뿐 아니라 문학, 예술 등에서도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 나렌드라 자다브는 태어난 신분을 절대 바꿀 수 없는 인도의 절대적 신분제도를 무너뜨리면서 전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인도의 살아있는 영웅'이다. 다른 신분의 사람들과 샘물도 같이 마셔서는 안되는 인도의 불가촉천민(달리트)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명성을 지닌 경제학자로 자리잡은 그는 현재 세계가 주목하는 인물이다.

이 책은 저자와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중심으로 한 가족이 어떻게 3,500년을 내려온 카스트 제도의 모순과 싸워왔는지를 보여주는 가족사이자 운명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투쟁의 역사를 그리고 있다.


오늘날 인도 인구는 세계 인구의 16%를 차지한다. 지구상에 살고있는 여섯사람 중 한 명이 인도인인 셈이다. 그 인구의 16%, 곧 인도인 여섯사람 중 한 명인 1억6500만 명이 불가촉천민이라고 불렸던 달리트(억압받는 사람들)이다.

힌두교에서는 신이 카스트 제도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기원전 1000년경에 만들어진 힌두경전 '리그베다'는 인간의 계급이 어떻게 탄생되는지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태초에 우주의 본질을 상징하는 거대한 신 '푸루샤'가 자신을 희생하여 인류를 창조했는데, 푸루샤의 입은 사제인 브라만이 되었고, 팔은 군인계층 크샤트리아가 되었다. 허벅지에서는 상인계급 바이샤가, 두 발에서는 노예인 수드라 계층이 탄생하였다. 이 네 계급을 색깔이라는 의미의 바르나 제도, 곧 사성제라고 불린다.(고등학교 시절 배운 인도의 카스트제도는 이 4가지 신분 뿐이었다.)

그런데 여기 사성제에 들지못하여 아웃카스트로 불린 불가촉천민이 있었다. 그들은 수드라보다 더 낮은 사회의 최하층이었다.
 
1950년 공화국을 선포하는 인도 헌법은 불가촉천민의 폐지를 선언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카스트와 종교를 근거로 차별받지 않는다고 명문화했다. 그리하여 불가촉천민은 그들의 침이 땅을 더럽히지 않도록 목에 걸고 다니던 침을 담는 오지그릇을 내려놓거나, 더러운 발자국을 지우려고 궁둥이에 매달았던 빗자루를 떼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카스트의 차별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아직도 인도인은 국내에 있건 국외에 있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카스트를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다. 세월이 흐르면서 카스트 제도는 정교하게 바뀌었으나, 그 독성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것이다.


1891년 인도의 평등혁명을 이끈 빔라오 람지 암베드카르 박사가 태어났다. 그 자신 달리트 출신이었던 암베드카르 박사는 20세기에 달리트들의 운동을 이끈 위대한 지도자였다. 그는 운명을 수용하며 살아가던 달리트를 일깨우고, 통일된 세력으로 조직하여 사회적 평등의 목표를 향한 정치세력으로 만들었다. 그가 만든 달리트들의 정당 '독립노동당'은 인도 전역의 달리트를 정치세력으로 조직화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간디의 강력한 추천을 받아 인도 제헌위원회의 의장을 지냈으며, 인도공화국의 헌법을 기초하고, 영국에서 독립한 인도정부의 초대 법무장관을 지냈다.

그의 노력으로 1947년 인도가 독립하면서 불가촉제도는 법적으로 폐지되었다. 카스트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시행령도 공포되었다. 이후, 이 책의 저자처럼 교육을 통해 능력을 갖춘 달리트 출신의 중산층이 출현하고 있지만, 과거의 달리트에 대한 박탈과 차별은 그들의 재산축적과 고용기회에 여전히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늘날 달리트들의 빈곤과 궁핍은 다른 계층보다 훨씬 심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책은 3천년이상 내려온 카스트의 뿌리깊은 운명을 거부해온 한 가족의 이야기다. 대부분은 죽은 동물의 시체를 거두고, 마을의 모든 허드렛일을 맡아하면서도 다른 계층 사람들이 던져주는 음식으로 연명했던 자다브박사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암베드카르 박사의 가르침을 어떻게 따랐으며, 자식들을 어떻게 훌륭한 인도의 리더로 키워냈는지에 대해 소설처럼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을 보다보면 사진이나 영화를 통해 보던 뭄바이의 슬럼지역과 그 곳의 아이들이 부패한 음식과 오염된 환경으로 병들고 죽어가는 현실이 수천년동안 이어져온 카스트 제도의 낡은 운명때문이라는 사실에 몸이 떨려온다.

저자 나렌드라 자다브박사는 세계 각 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된 이 책을 통해 21세기 세계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 내부사회의 고통스러운 비밀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바야흐로 세계화의 바람은 숨겨져있던 지구 곳곳의 굴레와 억압, 차별과 박탈이라는 오래묵은 환부들을 드러내고, 치료해가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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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9., Posted by Sweetpee, Photos from Fl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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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울프팩 2007.10.28 23:3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글을 읽다보니 예전에 다녀온 인도 생각이 나네요. 가이드가 브라만 계급 출신이었는데, 말을 한마디도 않더군요. 알고보니 카스트제도에서는 외국인을 노예계급인 수드라만도 못한 개, 돼지급으로 친다네요. 그러니 브라만이 어찌 가축들과 말 상대를 할 수 있냐는 거겠지요. 나중에 주인도 한국대사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어이가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2. 제리 2008.07.15 20:24 address edit & del reply

    인도 한 보름 다녀왔지요......지금도 길거리에서 자고 있던 사람들의 모습 눈에 선하네요. 시간이 주어진다면 몇달 머물고 싶은데....최상무님 블로그 보니 아 바람처럼 떠나고싶네요.........히말라야와 갠지스강가 아그라와 델리 ....인도여행 강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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