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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30 신경숙의 리진(李眞) (1)

신경숙의 리진(李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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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내내 리진이라는 이름의 여인과 함께했다.

리진(李眞)은 왕실의 무희(舞姬)로 구한말 조선의 운명과 나란히 하며, 격동의 한시대를 불행하게 살다간 여성이다.

이 책은 리진이라는 한 여성에 촛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 너머에 혼돈과 격세의 풍랑속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구한말 조선의 어지러운 정세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작가 신경숙은 리진에 대한 짧은 단서를 들고, 바람앞의 촛불과도 같았던 조선의 운명을 스케치한다. 그녀가 6년만에 내놓은 장편소설이자, 그녀의 첫 역사소설이다.


리진은 외국의 문물을 선구적으로 접했다는 나혜석이나, 윤심덕보다 한 세대 전에 태어나 조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프랑스 땅을 밟고,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근대 서구문물을 접했던 인물이다.

리진은 열강의 총포속에서도 쇄국과 개화의 밀고당기는 혼란을 겪던 조선을 뒤로한 채, 어느날 문득 파리의 상제리제, 카페 드 마고, 루브르를 거닐고, 모파상을 비롯해 유럽의 귀족, 문인들과 어울리며, 서구 상류 귀족사회를 몸소 체험한 여인이다.

또한, 리진은 이미 정치,사회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이념이 뿌리내리던 유럽과 여전히 유교와 반상의 도덕적 지배속에 엎드려있던 조선의 가장 극적인 문화적 차이를 경험한 여인이다. 이 소설은 그녀의 불꽃같이 짧은 삶과 죽음의 여정을 다룬다.


글을 읽다보면 그녀의 사랑과 운명, 또는 세기말의 역사적 배경보다 갑작스러운 서구문명이 그녀에게 가져다 준 혼돈스러움이 얼마나 크고, 힘겨운 것이었을까 하는 안타까운 조바심이 시종 떠나지않는다.

2권으로 나누어진 이 소설의 첫 권은 구한말 조선을 배경으로 리진의 어린시절과 궁녀로 입궁하는 과정, 그리고 중궁마마(명성왕후)와, 초대 프랑스 공사인 콜랭 드 플랑시와의 만남과 인연, 그리고 불국(佛國)으로의 긴 항해에 오르는 과정까지가 그려진다.

하권으로 넘어가면 갑자기 소설의 배경은 19세기말 프랑스 파리로 바뀐다. 마치 국사책을 읽다가, 세계사 책을 열어본 것처럼 시대적 배경의 혼란스러움이 일어난다.

무명 치마저고리를 입고, 조선의 대궐과 반촌의 초가를 오가던 그녀가  파리의 에펠탑과, 뤽상브르 공원, 몽마르뜨르를 거닐고, 루브르에서 밀로의 비너스와 스핑크스, 들라크루아의 작품 '승리의 여신'을 감상하게 된다.

조선에서 코 큰 서양인들이 저잣거리의 구경감이 되던 시절, 작은 체구에 검은머리를 감아올린 그녀 또한 파리의 광장에서 재밌는 구경거리가 된다.


짐작하듯, 결말은 비극이다.

이미 근세 조선의 역사가 비극으로 귀결지음을 알기에 이 책 역시 비극적인 끝맺음이 될 것임은 읽기전부터 충분히 짐작할만하다.

그러나, 명성왕후가 일본 낭인들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고, 리진 또한 비약을 바른 불란서 사전을 한장씩 삼키며 죽음으로 이를 때, 소설은 새삼 잊고있던 조선의 슬픈 역사를 되새기게 한다.


신경숙은 책 말미에 남긴 작가노트를 통해 이 장편소설의 모티브가 A4용지 한 장 반 정도밖에 되지않는 한 궁중무희의 이야기에서 출발했음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 소설은 한 개인의 이야기를 다룬 픽션으로 이해되기 보다, 리진이라는 작은 단서를 통해 구한말의 혼란스러운 시대적 상황을 그려내려고 했던 작가의 의도로 바라봐야 한다.

그러다보니, 리진은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기 보다, 역사의 흐름을 지켜보는 작가의 눈을 대신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리진은 명성왕후와 고종, 김옥균을 살해한 홍종우 등 구한말의 역사적 인물들과 이리저리 얽혀드는 설정의 대상이 된다.

또한, 그녀가 파리에서 중궁마마(명성왕후)에게 쓴(결국 보내지도 못한) 많은 서찰에서는 비슷한 시기의 서구세계, 예컨대 미국의 인디언정벌, 민주주의와 시민사상, 가솔린기관과 증기기관차 등 당시 서구사회에 대한 서사적 주제들이 역사소설을 이루기위해 동원된 듯한 느낌이 든다.


리진이라는 인물 자체가 극적이다.

역사의 굴레속에 그녀를 꽁꽁 옭아매기보다, 곡절의 인생사를 시대적 배경속에 담담히, 때론 격정적으로 녹여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        *         *

책을 덮고나니, 조만간 영화로 나오겠구나 생각이든다.

작가의 화려하고도 섬세한 색채감과 극적인 분위기의 묘사 때문인가 보다.
배우 문성근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단다.
그는 벌써부터 리진의 역을 어느 여배우가 맡게될지 궁금해하고 있다.


불현듯 문근영이 떠올랐다.

(2007. 7. 1.  Posted by Sweetp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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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울프팩 2007.07.07 08:3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덕분에 리진이라는 여인을 알게 됐네요. 영화로 만든다면 누가 나올지 궁금합니다. 위에 올리신 그림을 보면 문근영보다 목이 길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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