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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24 삼성암의 나반존자님을 배알하고...

삼성암의 나반존자님을 배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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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수유리에서 삼각산 등산코스로 접어들어 중턱 언저리까지 한참 가파른 길을 오르다보면 삼성암이란 작은 암자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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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암 대웅전





이 절은 화계사의 부속 암자로 1872년에 '소난야'라는 이름으로 창건된 절이다.
난야란 말 뜻은 적정처, 무쟁처, 원리처라 번역되며, 고용한 곳, 시끄럽지않은 곳이란 의미로 수행하기 좋은 절이란 뜻이다.

10년후인 1882년에 독성각이란 작은 도량이 세워지면서 현재의 삼성암이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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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암 칠성각(성모각)으로 오르는 계단





요즘 토요일이면 이 절을 찾아 오후내내 머물러 있곤 한다.
 
대개 토요일 정오무렵 스님과 보살 10여분이 법회와 공양을 마치고 제각각 흩어지고나면, 암자는 일순 적막한 공기에 휩싸인다.

아마도 서울시라는 주소지가 찍힌 곳 가운데 이 암자보다 조용한 곳은 없을터이다.
아무렴, 이곳은 사찰이라면 흔히 들리는 댕그렁 풍경소리조차 없다.
가끔 멀리서 꾸루루 꾸루루 산비둘기 우는 소리나, 이따금씩 불어오는 산바람소리에 잠깐 귀를 기울일 뿐, 사위는 늘 고요속에 파묻혀있다.  

이 절은 우리나라에서 나한도량, 나반존자를 모신 독성기도처로 유명하다.
대웅전 왼편계단으로 올라가면 나반존자님을 모신 독성각이 눈에 들어온다.
독성각은 두어평 남짓 매우 좁은 공간이지만, 영험하기로 소문이 난 곳이어서 이 암자를 찾는 신자라면 꼭 이 곳에 들러 나반존자님을 배안하고 간다.

나반존자님은 '16나한' 중 하나인 '빈두로존자'가 이름만 바뀌어 신앙의 대상으로 승격된 것이므로 불교경전에 연원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인도는 물론 중국, 일본 어디에도 봉안된 예가 없어 '산신, 칠성, 용왕'들과 함께 우리 토속신앙의 고유신이 불교적인 색깔을 띤 불, 보살로 변형되어 절에서까지 모셔진 것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가진다. 심지어
최남선은 단군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반존자님의 길고 하얀 눈썹과 동자승처럼 천진난만하게 웃으시는 모습은 영락없는 후덕한 산신령의 인상,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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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반존자님을 모신 삼성암 독성각





'귀의하옵니다. 천태산 위에서 홀로 선정을 닦고 계신 나반존자께.
 귀의하옵니다. 삼명을 이미 증득하셨고 자리이타를 원만히 이루오신 나반존자께.
 귀의하옵니다. 아라한의 복전되셔 용화세계 기다리시는 나반존자께.'


나반존자님을 배알하는 자리에서 난 108번의 절을 올린다.

처음에는 투병중이신 장인어른의 쾌유를 기원했지만, 요즘엔 세속적인 가피를 구한다던지, 또는 특별한 영험기적을 기원하기보다 그냥 무념무상으로 몸을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할 뿐이다.

운동에 단련되지 못한 몸이라, 일백팔배를 마치면 온 몸이 땀에 젖고, 숨은 턱까지 차오른다.
허리가 아프고, 다리는 후들거린다.
쉼없이 반복적으로 움직이다보면 뭔가 주술에 사로잡힌 몽환적인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절을 마치고 댓돌에 앉아 숨을 고르다보면 몸과 마음이 맑게 정화된 듯한 느낌이 든다.  

나반존자님께 정성스레 인사를 드리고난 후에는 늦은 공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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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암의 공양





신자들의 공양과 설겆이까지 끝난후라 하더라도 나이드신 보살님들은 군말없이 식은밥을 내어준다. 일백팔배후의 소찬은 소박한 공양이지만, 산해진미가 부럽지않다.

나반존자님께 인사도 드렸고, 배도 채운 후에는 준비해간 책을 읽으며 고요와 사색의 세계에 잠긴다. 세상은 모두 멈춰 오수를 즐기는지 시간의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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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고요하고, 고요하다. 적막하고, 적막하다.

도시의 소음에 시달린 귀와, 탁한 공기에 시달린 코를 맑은 시냇물에 해말끔히 씻어내는 기분이다. 복잡한 머리속까지 가지런해진다.

이 편안함!
내가 주말이면 애써 삼각산의 이 암자를 찾는 이유다.


참고로, 나는 불교신자가 아니다.

                                                                            (2007. 6. 24.  Posted by Sweetp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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