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의 '형제(兄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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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당대 중국문학의 최고 거두로 떠오르고 있는 위화의 최근작 '형제'를 읽었다.

총 3권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냉전시대를 거쳐 자본주의 세계로 급속한 변화과정을 겪어온 지난 40년의 중국 현대사를 집약적으로 담고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오히려 더 과격하게) 현대의 중국은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 그리고 정보화사회를 일시적으로 수용했고, 서구사회가 오랜 시간을 두고 변화, 발전시켜온 사상과 정서가 혼재되면서 대혼란을 겪고있다.

아직 정신적으로는 전통 봉건사회의 습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에도, 물질적으로는 산업사회로, 자본주의 사회로 급속도로 변화해가면서, 그 엄청난 간극의 부조리로 온 중국사회가 몸살을 앓고있는 것이다.


위화는 이 40년의 광기어린 시간을 역시나 기괴한 풍자와 아름다운 서정을 시시각각 버무려 혼란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대체로 그의 글은 상당히 거칠다. 처음부터 온통 똥얘기로 시작하더니, 더러운 위선과 거짓말, 사기와 농간으로 가득하다. 이렇듯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왜곡되고 모순된 분위기속에 사랑과 우정, 훈훈한 인간미, 아름다운 자연의 서정을 적당히, 하지만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며 전개된다.

위화는 냉전시대 문화혁명의 광기에서부터 돈을 내면 우주여행도 갈 수 있는 현재까지의 숨가쁜 시기를 선과 악, 참됨과 거짓됨, 아름다움과 추함, 부와 가난, 승리와 패배를 멤돌며, 이런 순수와 모순이 뒤섞여있는 중국사회를 두 형제의 인생으로 담아냈다.
 
배다른 형제인 이광두와 송강. 이광두는 세속적 자본주의의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불행한 청소년기를 보내지만, 쓰레기와 고철을 팔아 거부가 되고, 온갖 추잡하고 기이한 행동으로 돈과 권력을 휘두르며, 결국 류진이라는 작은 도시의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반면, 송강은 과거 전통사회의 동양적이고, 인간적인, 하지만 그다지 현실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는 고고한 지성과 온화한 성격으로 평화로운 인생을 살아가지만, 결국 급변하는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만다.

이 두 형제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혼란스러운 중국사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또 하나의 인물이 임홍이다. 류진시 절세의 미인이자, 모든 남성들이 꿈꾸는 처녀였던 그녀는 송강과의 소박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게되지만, 이광두와의 거친 본능적 쾌락에 빠져들고, 결국에는 퇴폐적인 화류계 인물로 변신하면서 세월의 무상함을 보여준다. 그녀는 바로 세속적 자본주의와 전통적 가치관 사이에서 갈등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오늘날 중국인의 모습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이다.

세 권에 걸쳐 이 세사람은 빠르게 변화하거나, 변화에 낙오되거나 하면서 각각 다른 인생역정을 살아간다. 현실의 변화에 적응하며, 경제계의 거두가 된 이광두는 세속적 자본주의의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결국 엄청난 부와 권력을 거머쥐게 되지만, 더럽고 탐욕스러운 가치관으로 가득찬다. 위화는 똥과 쓰레기, 퇴폐적 미인대회와 거친 욕설 등으로 그를 묘사하고 있다.

반면, 송강은 전통적 가치관의 순수하지만, 낡은정서를 대변한다. 그도 생계를 위해 천민 자본주의적 일들에 몸을 던져보지만 결국 실패하고, 고지식한 자기 스스로의 모습으로 돌아가 목숨을 끊는다. 위화는 비교적 애정어린 필치로 그를 묘사하지만, 결코 그에게 동정심 가득한 시선을 두려하지 않는다.

위화는 이런 두사람이 보여주는 굵직한 간극을 통해 현대 중국사회의 모순과 갈등, 위선과 독선을 얘기하고자 하지만, 두 형제의 우정과 신뢰에 대해서만큼은 매우 강한 유대감으로 묶어두려고 하고있다. 이것은 아무리 오늘날 중국사회가 혼란한 가치관 속에서 몸살을 앓고 있지만, 그 저변에 흐르는 인간애만큼은 결코 포기할 수 없으며, 그것이 거대한 중국사회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고있다고 항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위화의 문체는 이따금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때로는 너무나 슬프고, 서정적인 문체로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지만, 때로는 너무나 기괴하고, 희화적인 묘사로 광기어린 사회를 거칠게 풍자하고 있다. 이 또한 그가 말하는 간극을 보여주기 위한 중요한 표식이 아니겠는가.


날로 경제대국으로 발전해가는 중국을 바라보면서 급변하는 환경속의 13억 인간군상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 속에는 시류를 타서 신인류로 등장하는 사람도, 시대적 변화에 낙오되어 어두운 삶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패잔병적 사람들이 혼재되어 있을 것이다.

위화는 이 변화무쌍한 시대에 모든 사람들을 보듬어갈 힘이 바로 서로를 향한 인간지애(人間之愛)임을 이 작품을 통해 조용히, 때론 거칠게 얘기하고 있다.


(2007. 10. 31., Posted by Sweetp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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