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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01 제운스님, 한민의 '산사의 주련'

제운스님, 한민의 '산사의 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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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나 성당과 달리 산중 절집이란 곳(특히 크고 이름난 곳)은 주말이나 휴일에 가면 그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기 어렵다. 

주말엔 사찰의 종교가옥적 기능보다 관광지로 구실하면서 산방(山房)다운 맛이 사라지기 쉽다.
절은 음음적막한 곳에 위치해야 하고, 절내 기운도 고즈근해야 절다운 풍취를 느낄 수 있다.

특히 게송을 외던 스님들도 까무룩한 졸음에 빠지는 늦여름 오후나, 봄기운을 재촉하는 안개비가 가득한 저녁무렵, 
아니면 소복히 눈내리는 소리 사이로 낭낭한 독경 가득한 겨울 새벽녘에 절간 툇마루에 앉아 절집 풍경을 만끽해보라.

울긋불긋 등산복 차림의 관광객과 그 색깔만큼이나 불콰해진 얼굴들. 
대웅전 앞마당을 놀이터처럼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소란스러움이 있는 한, 절은 도시에서 보기힘든 오래된 건물, 또는 
그 고장의 관광명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산사기행의 책들이 많다. 우리나라 유명사찰을 소개하고, 그 절의 역사만큼이나 얽힌 사연들을 다룬 책들이 많이 있다. 
책 속의 산사는 언제나 고요한 도량으로써의 풍취를 보여주지만, 막상 이런 기행담을 보고 주말에 절간을 찾아가 보면 
책에서 보던 서늘한 기운은 경험하기 어렵다. 밤새 달려 새벽녘에 절집을 찾지않는 한 말이다.


조금 새롭게 산사탐방을 다룬 책이 나왔다. 

절간을 찾을 때마다 늘 예스럽지 않게 쓴 주련의 의미들이 궁금했었는데, 유명 사찰들의 주련들을 풀이하고,
이를 매개로 그 절의 운치와 풍광을 다룬 책이 나와 반가웠다. 

지금껏 주련이 불경이나, 법문이겠거니 짐작했었는데, 어느 절의 주련은 시(詩)의 구절이요, 또 어느 것은 깊은 철학을
내포한 아포리즘에 다름아니다. 하긴 묘법연화경 등 법문이 곧 시요, 철학 아닌가.

저자가 소개한 절들에는 유명사찰 뿐 아니라, 작지만 웅숭깊은 운치가 있는 절들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돈으로 화려함을 구한 절들은 빠져있다.

저자의 문체에서 고심한 노력의 흔적들이 보인다. 주련 풀이에 더한 즐거움이다.


이름난 산에는 이름난 절이있다. 이름난 절에는 아름다운 당우(堂宇)가 있고, 주련이 있다. 
절에는 전설이 있고, 역사가 있다. 시(詩)가 있고, 철학이 있다.

절에는 인생이 있다. 우리가 절을 찾는 이유다. 


2009. 2. 28., Posted by Sweetp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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