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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10 강은영의 '오월의 노래'

강은영의 '오월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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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하게 정원을 가꾸던 한 할머니가 있었다. 

어느날 개발의 불도저에 이 정원의 나무와 꽃과 새들이 사라졌고,
할머니와 그녀가 정원속에서 찾았던 여유와 상념의 시간마저 사라져버렸다.


할머니가 살았던 시절에
정원에는 꽃들이 피어 올랐지
세월은 흐르고 기억만 남았네
그리고 네 손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

할머니가 살았던 시절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나무위에 가지들이, 가지위에 나뭇잎들이
나뭇잎 위에 새들이 노래했었지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
세월인가? 아니면 무심한 사람들인가?

불도저가 할머니를 죽이고
꽃밭을 짓밟았지
새가 노래할 곳은 이젠 없어
이게 당신 마음에 들기 위한건가?



60~70년대 프랑스 대중문화의 변혁을 주도했던 Michael Polnareff의 노래다.

이 곡 Qui A Tue Grand Maman은 프랑스 한 재개발 지역에서 자신의 정원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다
목숨을 잃은 어느 할머니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노래는 한국에 소개되면서 좀 더 섬뜩한 가사로 바뀐다.
할머니의 죽음이라는 가슴시린 테마는 5월의 광주로 개사되면서 비장한 이야기를 다룬다.

원곡이 잔잔한 애상을 읊조렸다면, 개사곡은 분노를 떨치고 일어나자는 선동성이 가미된다.
잔잔한 서정미가 돋보였던 곡은 국내로 들어오면서 주먹을 내지르며 거칠고 힘있는 멜로디로 불리워졌다.
특히 노래가 끝날 무렵 외치는 피! 피! 피!
 
30년가량 지나다보니 이제는 많이 잊혀져 노래제목 그대로 '5월의 계절노래'가 됐지만...






재즈가수 강은영이 새롭게 이 노래를 해석했다.

프랑스 원곡과 한국식 민중가요에 재즈의 선율을 덧붙였다. 재즈의 태생이 블루스에서 비롯됐고,
본래 블루스가 아프리카에서 이주한 흑인노예들의 노동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즈와 민중가요가 섞이기 어려운 장르만은 아니니라.

하지만, 우리에게 재즈와 민중가요는 마치 와인과 막걸리처럼 그 이미지가 많이 다르다.
어쩌면 이 노래가 한참 학생운동과 민중문화 운동이 활발한 시점에 나왔다면 꽤나 말이 많았을 수도 있었을 듯 싶다.
 
다행히 강은영은 최대한 원곡의 멜로디와 가사가 주는 처연한 서정미를 살려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그 뒤를 조용히 따라가는 피아노 반주와 브러시 스네어드럼, 코러스도 원곡의 애상을 조금도 상처내지 않는다. 
이렇게 원곡과 재즈풍의 개사곡이 이어서 흐른다. 
후미에서는 마치 할머니의 죽음과 광주의 죽음에 대한 증오가 하나로 살아나는 듯 약간 격한 분위기로 끝을 맺는다.  

과거 돌먼지와 최루가스 속에서 불려지던 오월의 노래는 이제 투쟁과 저항의 겉옷을 벗어버리고, 애잔한 서정으로 남았다. 
상처를 벗고 새 살이 돋아나 듯... 그 위에 얹혀진 부드러운 재즈선율은 부담이 없다.

이렇게 원곡과 개사곡과 재즈가 하나로 만나 아름다운 노래 하나가 탄생했다.


2008. 2. 8., Posted by Sweetp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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