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浮流)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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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부양.

나는 23층에서 산다.
층간 높이가 3미터 가량되니, 철근콘크리이트 구조물이 없다면 60미터 가량 공중에서 먼지처럼 떠다니는 셈이다.

매일 아침, 나는 23층에서 순식간에 지상으로 내려가 차를 몰고 회사로 간다.
사무실은 9층. 20미터즘 높이에서 대개 하루를 보내고, 다시 더 높은 공중부양을 위해 집으로 온다.
사실, 이동하는 시간마저도 고무타이어와 철판, 가죽의자로 된 구조물위에 앉아 약 30센티 높이로 떠서 이동하는 셈이다.
더구나 출퇴근으로 주로 다니는 길은 강위로 길게 이어진 강변로이니 달린다는 표현보다 날아간다는 것이 맞겠다.

결국 지상에 발을 붙이고 보내는 시간은 하루 한두시간이나 될까.

잠깐씩 떠있다는 스멀스멀한 느낌을 갖곤하지만, 견디기 힘든 수준은 아니다.
고소공포증이 있지만, 커튼만 내리면 잠을 이루는 데 그다지 불편함은 없고,
가끔 창아래 강가를 내려다볼 때만 고공생활의 현기증에 아랫턱 관절이 근질거리는 공포를 느낄 뿐이다.


악몽.

초등학교때까지 단층 한옥 가옥에서 살았다. 늘 내 발 밑에는 메마르거나 질퍽거리는 흙이 있었다.
운동장에서 놀다보면 신발은 흙과 먼지로 덮히기 일쑤고, 더러 맨발로 대문밖까지 뛰어나가기도 했다.

중학생이 될 무렵부터 나의 생활고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한걸음만 내디디면 곧바로 죽음의 문으로 이어지는 아찔한 높이. 그 현기증에 등골이 오싹해지곤 했다.

그래서인가. 꽤 클 때까지 늘 가위눌림의 소재는 추락이었다.
자유낙하로 떨어지다 땅에 닿을때즘 다리를 버둥거리며 악몽에서 깨어났고,
쥐가난 다리를 주무르면서도, 추락의 공포에 몸을 떨어야 했다.

죽음의 문이 사방으로 열려있는 곳에서 산 지도 30년이 다된다.
아슬아슬 외줄위에서 여유롭게 웃음짓는 바우덕이처럼 이제는 악몽도 없이 높이의 현기증에 익숙해지고 있다.
대신 떠다니는 생활 덕분에 체형이 새처럼 변한다. 다리는 가늘고, 배는 불룩한...
날개가 없지만 든든한 구조물들이 부양을 지지해주니, 나무위 둥지안의 까치새끼에 비견할 만하다.




부유하는 삶.
그것은 지상과 연결된 한가닥 줄에 의지해 이리저리 흔들거리는 가오리연과 다름아니다.

그런 공포로 나의 부유를 지각하는 일은 자욱히 내린 밤안개처럼 늘 불쾌하고 음습하다.
가끔 내 불안의 기저에 흠뻑 베어있는 잿빛 그림자의 원형이 아닐까도 의심해보며... 


나는 오늘도 23층에서 잠든다.
뭔지모를 모호한 불안감을 껴안은 채, 나와함께 떠있는 침대안에서...


2009. 4. 3., Posted by Sweetpee


 
Trackback 0 And Comment 1
  1. 낭만시인 2009.04.06 10:3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업무가 적응 안되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view 가 좋기만 하네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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