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에 대한 잘못된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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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고 배설을 하는 일은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다. 그렇기 때문에 질환이 있어도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반면 저마다 특효를 봤다며 속설처럼 떠도는 수상한 정보들이 넘쳐나는 것도 사실이다.

 

한림대의료원 강동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김경호 교수는 “좋은 정보와 나쁜 정보를 가려서 취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우리 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소화’에 대한 잘못된 상식은 무엇인지 대표적인 10가지를 짚어본다.

1. 쓰린 속엔 우유가 약?

우유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우유가 알칼리성을 띠기 때문에 위산을 중화시키고 위점막을 보호함으로써 위궤양과 위암을 억제해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우유는 알칼리성이라기보다는 중성에 가깝다. 게다가 우유 속에 있는 칼슘 성분이 위산분비를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

물론 우유가 위점막을 감싸주어 잠시 동안은 속 쓰림이 완화되지만, 다시 위산이 나오게 되면 오히려 속을 더 쓰리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속 쓰림, 상복부 불편감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되도록 우유를 피하는 것이 좋다.

2. 더부룩할 때 탄산음료 한잔이면 OK?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 될 때 시원한 콜라 한잔 마시면 어쩐지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곤 한다. 탄산음료가 위의 음식물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줘 소화를 돕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야말로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다. 습관적으로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은 소화에 큰 장애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위장장애가 있는 경우라면 탄산음료는 금물. 탄산음료는 식도와 위를 연결하는 괄약근의 기능을 약화시킨다. 때문에 위산이 역류해 오히려 소화에 방해를 줄 수 있다.

또 폐경기 여성이나 장기간 침상에 누워있는 환자의 경우에도 탄산음료에 들어있는 카페인이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고 소변을 통해 칼슘배출을 증가시켜 결국 칼슘 부족 상태를 유발시킬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3. 소화 안 될 땐 물 말아 먹는 게 최고?

밥이 잘 넘어가지 않으면 물이나 국에 밥을 말아 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당장 밥을 목으로 넘기기는 쉬울지 몰라도 결국 소화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소화의 첫 단계는 입 안에서 침과 음식물이 잘 섞이게 하고 음식물을 잘게 부수도록 하는 치아의 저작 작용이다. 물이나 국에 밥을 말아 먹으면 음식물이 빠르게 식도로 넘어가서 저작 작용이 생략돼 소화에 장애를 주게 된다. 뿐만 아니라 위 속에 있는 소화액이 물에 희석돼 두 번째 단계인 위에서의 소화 능력도 방해받는다.

4. 식후 단잠은 특근수당과도 안 바꾼다?

식후 포만감은 나른함과 졸음을 동반하게 마련이다. 때문에 직장인들에게 식후 10분 정도의 단잠은 오후 업무능률을 향상시키는 윤활유와 같다. 하지만 식후 30분 이내에 눕거나 엎드려 수면을 취하는 것은 가슴 통증이나 변비 등 소화기질환을 부르는 지름길이 된다.

눕거나 엎드린 자세는 음식물의 이동 시간을 지연시키고, 포만감, 더부룩함, 명치 통증, 트림 등의 각종 소화기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식후 곧바로 눕는 행동은 소화기관의 운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변비에 걸릴 확률이 아주 높다고 한다.

5. 술 많이 마시면 토하는 게 상책?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어쩔 수 없이 토하는 것은 위장이 알코올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신호다. 하지만 이처럼 토하는 일이 습관이 되어버리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일단 토하면 알코올 흡수를 줄여 속이 편해지겠지만, 위와 달리 보호막이 없는 식도는 위산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손상되어 역류성 식도염을 앓게 된다.

또한 토하는 것이 잦을수록 위와 식도 사이의 괄약근이 느슨해져 위산이 더욱 잘 역류하게 된다. 그리고 심한 구토는 위, 식도 접합부에 열상이나 손상을 주어 토혈을 일으키는 말로리-바이스 증후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6. 식후 커피 한 잔은 불로茶?

식후 커피 한잔은 위액의 분비를 촉진시켜 소화를 도와주고 각성의 효과를 주어 업무에 집중을 더해준다. 하지만 대한민국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조금씩은 있게 마련인 위장질환에 커피는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

커피는 식도염이나 위염 증상을 악화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위장질환자들에게는 커피는 술, 담배와 더불어 대표적인 금기 식품으로 꼽힌다. 우선 카페인이 식도와 위장 사이를 막고 있는 밸브를 느슨하게 한다. 이 밸브가 헐겁게 열리면, 위액이 식도 쪽으로 역류해서 가슴 통증까지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커피는 대장의 연동작용을 촉진하므로 급・만성 장염이나 복통을 동반한 과민성 대장질환이 있는 경우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식도염이나 속 쓰림 증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적어도 공복에 마시는 것은 피하고 술이나 라면, 맵고 자극성 강한 음식들과 함께 먹지 않는 주의가 필요하다.

7. 애연가에게 담배는 최고의 소화제?

애연가들은 식후에 피는 담배를 최고로 치며, 밥을 먹은 직후 담배를 피우지 못하면 소화가 안 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이는 니코틴에 대한 중독 증상일 뿐 실제로는 오히려 속을 더 버리게 된다.

담배 연기 속의 니코틴은 위 점막을 공격하는 공격인자의 분비나 독성을 증가시키고, 동시에 위산으로부터 위를 보호하는 방어인자인 ‘프로스타글라딘’의 분비를 억제한다.

결국 위산이 위벽을 녹여 위염이나 소화성 궤양의 발생률을 증가시킨다. 또한 흡연은 소장 및 대장의 운동 기능을 떨어뜨려 복통, 복부 팽만감, 변비까지 일으키게 한다. 이처럼 흡연은 오히려 만성 소화불량을 불러와 속 답답함을 더욱 부추긴다.

8. 숙변은 정기적으로 청소해줘야 한다?

장내에 소화되지 않은 음식이나 대변이 장기간 정체되면 독성물질이 유리되어 이것이 전신으로 흡수되어 질병을 일으킨다는 믿음이 일반에 광범위하게 유포되어 정기적인 장청소를 행하는 환자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의학적으로는 숙변이라는 것은 없으며, 실제로 장 점막은 미끈미끈한 점액질이라고 하는 물질을 계속 분비하기 때문에 장 점막의 융모 사이에 대변이 붙어있지 않으며 장을 수술적으로 제거하여 관찰한 경우에도 대변은 관찰되지 않는다.

따라서 정기적인 장청소는 의학적인 근거가 없으며 장청소를 하여 증상이 호전이 있는 경우라도 독소를 제거하여 나타나는 효과라기보다는 변비증상을 완화 때문에 나타나는 효과이다. 또한 반복적인 관장은 장의 운동능이나 점막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삼가는 것이 좋다.

9. 변비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의존성이 생긴다?

변비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약에 내성이 생겨 약효가 떨어지고 약물에 대한 의존성이 생긴다고 하여 무조건 약물복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는 변비약을 장기간 복용해도 약물에 내성이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약물에 대한 의존성도 나타내지 않는다.

변비약을 중단하여도 변비 증상이 이전보다 더 심해지지 않는다. 따라서 변비 증상이 있고 이로 인해 생활에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의사에게서 적절한 처방을 받아 변비약을 복용하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10. 방귀 냄새가 지독하면 장이 안 좋다는 신호?

방귀의 주성분은 식사 중 삼킨 공기가 대부분이고 장에서 생긴 가스는 5% 미만이다. 보통 1500㎖ 정도의 물을 먹으면 동시에 약 2600㎖ 정도의 공기를 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귀의 주성분은 일반 대기 중의 공기와 동일하나 대변에 포함된 메탄, 인돌, 스카톨 등의 성분 때문에 냄새가 나는 것이고 이것들은 소량이며 몸에서 흡수되지 않으므로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 따라서 방귀 냄새는 장 질환과 관계가 없으며 섭취한 음식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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