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 '자음과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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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이룸출판사 刊)'.  요즘 새로 구독하는 문예지다.

작년 가을에 창간호가 나와 지금까지 3호가 발행됐다.
다른 문학지들과는 달리 장편소설을 주로 연재하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호를 보지 못했다면 신간이 별로 의미가 없는 꼴이다. 
여러 단편이 모여 하나의 장편을 이루는 픽스업(Fix-up)도 이 잡지의 재미있는 구성이다. 

소설 뿐 아니라, 국내외 이야기꾼들의 정치경제, 철학, 미학, 문예비평 등의 다양한 담론들도 흥미롭다.

계간임을 감안하더라도 일단 두께가 압권이다.
2호(2008년 겨울호)는 무려 700쪽이 넘는다. 보고 또 봐도 언제나 읽을거리가 넉넉하다.

바야흐로 인터넷과 매스미디어가 범람하는 때에 새로운 문예지가 창간됐다는 것 자체가 반갑기 그지없다.
창작과비평, 문학사상, 실천문학, 문학동네, 문학과사회, 문예중앙, 현대문학, 월간문학 등 몇몇 잡지들을
제외하고는 참으로 명맥을 이어가기 어려운 것이 문예지다.






94년에 창간한 '리뷰(REVIEW)'라는 잡지를 폐간때까지 구독한 적이 있다. 

창간 당시 서태지를 특집으로 다루는 등, 문학과 비평, 대중문화에 이르는 다양한 쟝르를 넘나들며
나름대로 독자층을 모았는데, IMF의 험난한 파고를 넘지못하고 폐간되고 말았다. 

다른 잡지류와 달리 열심히 탐독한 문예지는 쉽게 버리기 어려워 아직도 책장 한 켠에 놔두고 있다.
정녕코 다시 들여다 볼 일이 없음에도 말이다.





더 오래된 것들도 있다. 현대문학(現代文學) 창간호부터 약 50호까지다. 

단기 4291년(1958년) 1월에 창간호가 발행됐으니, 얼추 반세기가 넘었다.
책 내지는 누렇다 못해 갈색으로 바뀌었고, 조심스레 펼치지않으면 종이부스러기가 우수수 떨어진다. 

당연히 발행 당시부터 사서 모은 것은 아니고, 대학교때 우연히 서울역앞 중고책방에서
권당 50원씩인가 주고 산 것들인데, 용케 아직도 버려지지 않고 살아남았다.

김동리, 황순원, 서정주, 정종화, 유치환, 양주동, 유진오, 한무숙, 이범선, 염상섭 등 학교다닐때
국어 수업시간에나 들어봄 직한 이름들의 선대 작가들과 작품들이 아련한 세월을 느끼게 한다.





문화는 사회적 삶의 투영이라고 했던가. 

글문화를 담은 문예지는 당시 사회적 모습들을 활자로 남겨놓은 그림자다. 
그래서 다른 잡지와 달리 쉽게 폐기하기 어려운가 보다. 

이제 막 창간된 새 잡지도 만세 번영하기를 바란다.

  
2009. 3. 1., Posted by Sweetpee



Trackback 0 And Comment 2
  1. namakwa 2009.09.14 20:5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계간지 검색을 하다 우연히 들어왔는데 쓰신 글이며 사진이 가슴에 박히네요. 처음으로
    인터넷 기능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책을 구입하다 보면 아무래도 단행본 위주로 구입을
    하게 됩니다. 계간지를 즐겨 읽고는 있지만 워낙 많은 계간지들이 씨즌별로 나오다보니
    정기구독하는 몇몇을 빼고는 대개 서점에서 훑어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런 저의 이기적인 행동들도 수많은 잡지들이 폐간되는 원인의 하나가 되었겠지요.
    '사회적 모습들을 활자로 남겨놓은 그림자'를 소장할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계간지를
    구입할 가치가 충분한 것 같습니다. 덕분에 좋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2. 마리 2010.01.14 08:1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계간지 무척 좋아 하는 저도 옛날 계간지를 몇권 가지고 있어서 시간이 나면 들추어 보곤 합니다.
    이런 책들을 소장 하고 계시다니 저의 첫 눈이 아니 예리하달수 없겠습니다. 헤헤..
    근간에는 전문 서적만을 보기에도 빠듯한 터라 이런 좋은책들을 외면 했구요.
    얼마전엔 좀 휴식이 필요해서 소위 베스트셀러 라는 책을 집어 들어 읽기 시작 하다가 진정 더 이상은 유치해서 읽어 줄 수 가 없더구만 하며 덮어 버리긴 했습니다.
    자음과 모음 찾아서 읽어 보겠습니다.